2025년 3월 9일 - 예수님의 씻겨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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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절 만찬 전에 예수님은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셨다.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신 그분은 그 사랑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부으시며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다. 당시에 발을 씻기는 것은 그냥 종이 아니라 종 중에서도 가장 낮은 종이 하는 일이었다. 수건과 대야를 들고 꿇어앉는 일은 서열이 제일 낮은 종의 몫이었다. 이 경우는 수건과 대야를 드신 분이 우주의 왕이다. 별들을 빚으신 그 손이 지금 제자들의 발의 때를 씻어내고 있다. 온 열방이 그 앞에 무릎 꿇을 그분이 지금 제자들 앞에 무릎 꿇고 있다. 예수님은 지금 자신이 씻기고 있는 이 발들의 미래를 분명 알고 계셨다. 이들의 발은 그날 밤 자신을 버리고 줄행랑 칠 발들이다. 게다가 나는 “예수께서 유다의 발만 빼고 모든 제자의 발을 씻기셨다”는 성경 구절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을 배반할 자의 발을 들어 대야에 담아 말없이 씻기신 예수님, 얼마나 진한 사랑의 순간인가! 

  그분은 지금도 우리를 씻어주고 계신다. 우리는 언제나 씻겨짐을 받고 있다. 씻겨짐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실상이다. 예수님은 꿇어앉아 우리 삶의 가장 어두운 행위들을 들여다보신다. 그러나 놀라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라 자비의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만 좋다면 내가 씻어 주마.” 그리고 그 은혜의 대야에서 자비를 한 움큼 떠올려 우리 죄를 씻으신다. 

  그러나 그분의 일은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분이 우리 안에 살아계시기에 당신과 나도 똑같이 할 수 있다. 그분이 우리를 용서하셨기에 우리도 다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다. 그분이 용서하는 마음을 지니셨기에 우리도 용서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4-15). 예수님은 두 가지 이유로 우리의 발을 씻어 주신다. 첫째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시려는 것이다. 그 메시지는 단순하다. 예수님께서 무조건적인 은혜를 베푸셨으니 우리도 무조건적인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잘못보다 그리스도의 자비가 선행된 것처럼, 우리의 자비도 다른 사람의 잘못보다 선행돼야 한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예수님이 꿇어앉으신 것처럼 우리도 꿇어앉아, 꼼짝없이 매인 사람들의 더러운 부분을 만져주고 사랑 없는 그들을 사랑으로 씻어주는 것이다. 마땅히 섬김 받아야 할 분이 오히려 다른 이들을 섬기셨다. 예수님의 모본의 진수는, 화해의 가교를 잇는 짐이 약자의 몫이 아니라 강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잘못 없는 사람이 손 내미는 자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옳은 쪽에서 먼저 나서 잘못된 쪽의 발을 씻기면 십중팔구는 양쪽 다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피차 발을 씻기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관계가 성공하는 것은 죄 있는 쪽이 벌을 받아서가 아니라 죄 없는 쪽에서 베푸는 긍휼 때문이다.

                                            『예수님처럼』맥스 루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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